1박 2일에 나왔던 개이름이 아니다. 흔히 상근을 낮게 말하여 '방위'라고도 한다. 예전 방위가 좀 바뀌어서 상근이 된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내 인생의 2년 하고도 12일을 차지하고 있는 그 이름 상근!
그동안 미뤄 왔던 상근 시절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군대이야기라고들 하니 나도 상근에 대해 할 말이 많긴 하다.
2005년 6월 난 상근예비역으로 입대를 했다. 상근은 쉽게 말하면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향토 부대에 근무하는 군인이다. 이 상근도 선발 순위가 있는데 난 원래 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살았던 곳이 워낙 시골이라서 입대할 상근이 없어 나에게까지 기회가 왔던 것이다. 집 떠나 먼 부대에서 내무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받은 거라 대학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단, 공익 빼고... 사실 내 시골 초등학교 친구들은 지역 특성상 절반 이상이 상근 출신이었다.
암튼 6월말 제일 더울 때 입대를 해서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사실 하나! 상근은 훈련도 공익처럼 받는 줄 아는데 상근도 엄연한 군인이다. 훈련도 일반 육군 현역과 섞여서 받는다. 훈련소 별로 상근 중대만 따로 묶어서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현역과 상근이 절반씩 섞여서 같이 훈련을 받았다.
상근은 훈련을 마치고 일단 향토방위 대대로 배치된 이후 상황에 따라 동대(읍면대) 본부와 대대 본부, 해안경계 등으로 근무하게 된다. 대부분의 상근들은 동대 근무를 희망한다. 왜냐하면 좀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동대에 배치되고 나면 주로 예비군 관리(훈련 관리, 훈련소집 통지서 배부, 작계훈련 실시 등)와 향토방위 업무(목진지 보수, 장비고 점검, 대대 무기 손질 등)를 수행하게 된다. 대대 본부에서는 무기 경계, 무기 손질, PX병, 행정병 등 일반 현역과 마찬가지로 적성과 상황에 따라 업무를 배치받게 된다. 해안경계는 말 그대로 해안경계병이다.
나도 동대에 근무하게 되었다. 동대에서는 일단 상근 병사들 외에는 중대장(동대장)님 밖에 없다. 따라서 동대장님이 주시는 업무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나는 제일 후임이었음에도 예비군 관리 업무를 맡게 되었다. 사실 예비군 관리 업무가 제일 많고 나머지는 크게 부담이 없는 업무였다. 분대장이 예비군관리를 맡고 있어서 이것저것 물으며 처음에는 많이 배우려고 애썼다.
예비군 관리 업무를 하면서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실무편람을 몇 번 완독하고 모르는 건 다른 동대 행정병에게 묻고 의논하고 대대 동원과장님에게도 문의하면서 정말 열심히 익혀 나갔다. 예비군 관리에도 정보화 바람이 불어 처음에는 학급편성명부, 편성카드, RF2004를 죽어라고 열심히 분석하고 익혔는데 나중에는 국방동원정보체계라고 일원화된 시스템이 생겨 한결 업무가 수월해졌다. 실무편람은 나온지 오래된 거라 나중의 변경사항은 업무처리지침이 계속 내려와서 이것도 쭉 처음부터 보면서 변경된 업무처리 방법을 익혀야 했다. 이렇게 업무를 익히면서 몇 달을 감사 준비하다 보니 정말 많은 걸 뜯어 고치고 체계를 바꾸었다. 매일 꾸준히 해놓았으면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을 앞에서 대충대충 해 놓으니 엉망인게 한 둘이 아니었다. 꼭 동대 일만 그런게 아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니 대부분의 일들이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사람이란게 다 비슷한가 보다.
암튼 고생고생해가면서 업무를 배우다 보니 나중에는 다른 대대 동원과장님도 애매한 사항이 있으면 나에게 의논할 정도까지 되었다. 그러나 동대도 군대라는 걸 느낀 건 내가 이병 때 행정 감사를 받았는데 실질적인 행정 준비는 내가 거의 다 추진하고 처리했는데 실상 감사관은 분대장을 옆에 앉혀 놓고 감사를 진행했다. 난 막내였던지라 담배 심부름 하러 뛰어 다녀야했다. ㅋㅋ
예비군훈련이 다가오면 예비군 안내 전화를 하고 집을 찾아 다니면서 통지서도 돌렸다. 그러다 보면 알지도 못하는 예비군들이 전화 받자 마자 쌍욕을 해대는 경우도 있고 80%이상은 반말에다 마음 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통지서를 돌리러 집에 찾아가 보면 부모님들이 자기들도 아들과 연락이 안된다며 행방불명된 예비군들도 있고 가지각색이었다.
일단 1편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해 본다. 2편에 계속...
<상근 생활 할 때 출퇴근했던 우리 마을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