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5일 12시 제가 결혼을 했습니다.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4년 가량 연애를 하고 이제는 부부로 어엿하게 아기자기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결혼식에서는 스님께서 주례를 해주셨습니다. 집사람이 예전에 친구들과 여행 중에 알게 된 스님이신데, 그 이후에도 인연이 닿아 이렇게 결혼식 주례까지 해 주시게 되었죠. 주변에서는 스님이 무슨 주례를 하느냐며 반의심을 하셨지만, 저는 주례를 부탁드리러 가서 한 번 뵙고는 정말 저분께 부탁드려야 겠다고, 이후에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멋진 분이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성품과 차분한 어투, 진실된 행동, 열린 마음. 아직 많이 뵙지는 못했지만 인생을 사는데 있어 많은 깨달음을 주실 분을 만난 것 같네요.
결혼식 당일날과 그 이후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와중에서도 먼 길 와 주시고 저희를 위해 선물까지 주신 점 잊지 않고 있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다음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아래는 금강스님께서 저희 결혼식의 주례사로 해 주신 말씀들입니다. 결혼식 후 한달이 지나고 지금 다시 읽어보니 참 부끄럽고 반성해야 될 점이 많습니다. 하나씩 실천해 나가도록 노력해야죠~ 손수 '시'까지 지으셔서 낭송해 주셨는데, 저작권 침해(?)인 것 같아 여기는 올리지 않습니다.^^;
시간 나시는 분들은 전라남도 해남군 땅끝마을 근처에 있는 미황사에 한 번 들러 보시길. 주변 경치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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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연 - 인생의 참된 가치는 만남에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 선남자 OOO과 선 여인 OOO은 여러 생의 소중한 인연이 다시
만나 부부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만남은 결코 우연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옷 깃 한 번 스쳐도 삼천생의 인연이라 했으니 부부의 인연은 그 어떤 인연보다도 귀하고 귀한 것입니다. 인생의 전 과정은 만남, 그 자체입니다. 서로의 마음과 가치, 서로의 이상과 노력이 개성과 조화를 이루어 만날 때, 두 사람은 진정한 영혼의 동반자로 한 세상을 열어갈 것입니다.
2. 사랑 - 사랑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사랑은 참마음으로 서로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사랑은 서로를 감동시키는 종소리입니다. 사랑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참마음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닥터 지바고라는 소설에서 혼란한 이념의 갈등 속에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을 부정하는 그 어떤 이념과 제도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마음은 모든 인간사의 근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사랑의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사랑의 길은 단순 소박한 마음에 있습니다. 진실을 사랑하고 선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소중하게 가꾸는 일이 바로 사랑입니다.
3. 노동 - 일 속에 진정한 사랑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사 랑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일은 바로 노동에 있습니다. 인생과 사랑은 어설픈 관념의 유희도 아니며, 허영으로 치장한 낭만이 아닙니다. 밥을 먹고 돈 버는 일에 엄숙해야 합니다. 흔히들 정신은 고귀한 것이며 물질은 하천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틀린 말입니다. 건강한 정신에서 생산되는 모든 밥과 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그래서 성인들은 밥 먹고 잠자고 일하는 모든 일상의 생활이 진리 그 자체이며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게으른 손은 추하고 일하는 손은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서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일을 단순한 밥벌이로 치부한다면 일과 사랑, 일과 행복은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땀 흘리는 서로의 얼굴에서 참사랑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4. 생활의 계율 - 일상의 작은 마음씀과 몸가짐을 소중히 해야 합니다.
사 는 일과 사랑하는 일은 구체적이고 작은 실천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한 알의 씨알 속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의미는 곧 일상의 작은 실천을 소중히 할 때 전 인생이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익숙해지면 일상의 마음가짐을 소홀히 합니다. 그러기에 늘 언행을 진솔하고 품위있게 가꾸어야 합니다.
진지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눈과 귀는 늘 열려 있어야 하며, 늘 겸허한 마음으로 몸을 낮출 때 서로가 귀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이며,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최고의 공경이다’라고 하였습니다.
5. 與樂 - 사람과 자연, 모두와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이 행복합니다.
이 세상은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조화와 공존의 세계입니다. 이 세상은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입니다. 그러기에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랑과 행복은 고립을 가져오고 급기야 나와 이웃 모두를 불행하게 합니다. 항상 양가 부모와 친척 친구를 부드럽고 환한 얼굴로 사랑하십시오. 참사랑의 메아리가 퍼져나갈 것입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감성을 두 사람은 키워나가길 바랍니다.
6. 문화 -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 생활속의 예술입니다.
옛날 중국의 ‘운’이라는 여인은 해질 무렵 연꽃이 봉오리를 접으려 할 때, 그 연꽃속에 차잎을 넣고 다음 날 연꽃이 피어나면, 연꽃향기 베인 차를 내어 남편과 함께 차를 마셨습니다.
힘 들고 여유가 없다할지라도, 집안을 가꾸고 대화하고 여가를 즐기는 생활의 멋을 가꾸어 갈 때 인생은 더욱 풍요롭습니다. 아무리 바쁠지라도 한 생각만 깊게 가지고 한 걸음만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소박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일구어낼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멋을 곁들이는 문화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댓글 1개:
너무나 훌륭한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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