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4일 일요일

학원교육, 선수학습, 그리고 공교육 붕괴...그 해결 과제는?

최근 경제성장으로 생활이 안정되고, 부모들의 교육열 또한 높다보니 많은 초등학생들이 학교 외에 학원에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편승하여 학원들이 무수히 생겨나고, 하나 둘씩 학원에 보내다 보니 이제는 자식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이 학교에 보내는 것처럼 보편화되어 버렸다.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가정에서도 자식의 교육만큼은 다른 집에 뒤쳐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교 교육 외에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보충한다면 학생들의 학습 수준도 올라갈 것이고, 맞벌이 부부가 많은 실정에서 학생들도 부모들이 없는 시간에 할 것이 생겨서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원학습이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생각해 보아야 하는 면이 있다.

학습에는 단계별 수준이 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내용을 배우고 이후 점차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학원에서 학생들은 대부분 선수학습을 하게된다. 즉 초중반 내용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조금 더 심화된 내용을 주로 가르치면 될 것이다. 그러나 한 반에 30~40명 정도의 학생이 함께 수업이 이루어지는 체제 속에서는 학원에 다니지 않은 학생들도 있고, 다녔더라도 내용을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부류의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 수업은 대체로 중간 단계의 대부분의 학생들을 초점에 두고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물론 수준별로 다양하게 가르쳐야 겠지만 교사 혼자서 30~40명 학생들을 40분 안에 수준별로 가르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금 똑똑한 학생들은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또 가르쳐 주는 학교 선생님들을 지루해하고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심화된 내용을 찾아서 공부하는 학생들보다는 그 시간을 딴 생각에 투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게 된다. 학습에 대한 흥미와 학교에 대한 재미가 반감되는 것이다. 공부에 대한 소질과 의지가 뛰어난 학생은 자기 학습을 스스로 잘 이루어 나간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일반 학생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놀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것은 보통학교교육이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여 기서 바로 공교육 부실과도 연관이 된다. 여러 사설학원에서 조금 더 수준별 학습을 받은 학생들은 오히려 학원 선생님을 학교 선생님보다 가깝게 여기고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여건상 학원의 교육이 학교보다 세세하게 이루어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모두가 학원을 다니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모두가 학원을 다닐만큼 경제력이 받쳐 주는가? 답은 아니다일 것이다.

이 문제는 실제 교육현장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도시로 갈 수록 이러한 현상은 매우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좀 더 원활하고 융통성있고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 것인가?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은 댓글이나 트랙백으로 의견제시 부탁드립니다.^^

댓글 3개:

melotopia :

영재교육 열풍?

요즘, 회사에서 시켜서 전국 영재교육원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25개인가 28개인가 되고 각 시, 군 교육청 단위의 영재교육원은 250개인가 된다. 그런 속에서 1년에 수만명의 "영재"라는 애들이 뭔가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여기까지는 나쁜게 없다. 뭐 나도 어릴때 좀 더 난이도 있는 걸 배우고 좌절하고 싶은 욕망은 있었으니까. 문제는 열성 학부모들이다. 자기 아이가 영재교육원에 들어가지 못하면 애가 바보판정을 받은걸로 생각하..

snowall :

트랙백 걸어보았습니다. 예를들어, 수준별 이동 수업에서 문제가 되는건 "못하는" 반에 배정된 애들이나 그 학부모들이 생각하기에 그 학생들이 못난이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사실 못하는 애들이 못하는 걸 인정하고 그 수준에 맞게 가르쳐서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데, 당장의 결과에 급급해서 그걸로 또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붙이니 공부에서는 더 멀어지죠. 학부모들이 조급해 하는 걸 미루고, 자식이 한 30살쯤 됐을 때 어떻게 되나를 기다릴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부모님들께서는 그렇게 저를 기다려 주시고 계시죠. 그런데 겨우 6년 남았습니다...ㅜ_ㅜ
얘기가 샜군요. 아무튼, 학생들이 가진 열정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주는게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대학에 가든 장사를 하든 취직을 하든, 그건 학창시절을 하얗게 불태운 후에 결정할 일이겠죠. 열정을 한번도 불태워보지 못하고 시달리기만 하는게 정말 안타깝습니다.

sdjoon :

snowall님의 의견에 동갑합니다.
학생들은 어떤 분야에 있어 성취가 빠를 수도, 보통일 수도, 느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빠른 성취를 높게 여기고, 느린 성취는 실패로 간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생각에 자녀를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녀의 적성과 꿈을 계발하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있어 자신의 꿈을 찾고 그 꿈에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겠죠~